물질과 행위가 축적된 선의 궤적, 생명의 흔적을 추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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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물질과 행위가 축적된 선의 궤적, 생명의 흔적을 추적하다.

- 김예지 개인전 《Mind Curve Fitting _ The Tr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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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김도영 기자]흔적은 어떻게 생명이 되는가 "생명은 고립된 개체의 완결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부딪히고 연결되며 만들어내는 구조적 기적이다.”

김예지 작가는 오랜 시간 ‘Mind Curve Fitting’ 시리즈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역동성과 유기적 구조를 독창적인 곡선의 언어로 탐구해왔다. 지난 4월 오산시립미술관 전시에 이어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 《Mind Curve Fitting _ The Trace》는 한지 위에 축적된 물질의 밀도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생명이 남긴 흔적과 그 변형의 과정을 구조적으로 추적한다.

작가는 생명을 고정되거나 유한한 형태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질적인 존재들이 화면 위에서 충돌하고 연결되며 공존하는 과정 속에서 생명의 본질적인 에너지가 생성된다고 본다. 이러한 시선은 현대 생명과학의 공생(symbiosis) 이론이나 동시대 철학의 상호의존성 담론과 궤를 같이하지만, 작가는 이를 관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철저히 화면 내부의 조형적 긴장감으로 치환해낸다.

이번 전시에서 화면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곡선들은 단순한 서정적 드로잉이 아니다. 한지라는 동양적 바탕재의 결 위에 목탄과 연필이라는 단단하고도 부서지기 쉬운 재료가 반복적으로 중첩되며 만들어낸 ‘물질적 궤적’이다. 세포처럼 증식하고 연결되는 선들은 화면 안에서 팽팽한 구조적 밀도를 형성한다. 때로는 미세한 유기체의 움직임처럼, 때로는 거대한 자연의 흐름처럼 대치하는 이 선들은 관계와 생명의 생성 구조를 화면 내부의 밀도로 치환한다.

특히 김예지의 작업에서 반복과 축적은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겹겹이 쌓아 올려진 선들의 밀도는 단순한 평면을 넘어 시간의 궤적을 품은 입체적인 층위로 작동한다. 화면 안에는 생성과 소멸, 연결과 해체가 동시에 공존하며, 작가는 이 치열한 구조적 화합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증식하는 생명의 운동성을 드러낸다.


작품 속 흔적들은 매끄럽거나 완전한 형태로 박제되어 있지 않다. 지워지고, 변형되고, 흐려진 선의 '불완전성'은 오히려 화면에 숨구멍을 틔우며 새로운 시각적 다양성을 발생시킨다. 작가는 완벽한 질서 대신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선의 흐름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이 전시는 관람객에게 일방적인 서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거대한 화면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밀도와 그 내부를 구성하는 미세한 선의 흐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과 물리적 거리감을 좁히게 만든다. 선이 만들어낸 틈과 흔적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의 시선은 화면 내부를 이동하며 선과 선 사이의 긴장, 연결, 증식의 구조를 따라가게 된다.

단순한 내면적 감성의 표출을 넘어, 매체의 물질성과 지난한 행위의 축적으로 생명의 웅장한 지도를 그려내는 김예지의 작업. 《Mind Curve Fitting _ The Trace》는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를 통해 확장되고 이어지는 생성과 연결의 원리가 작동하는 하나의 유기적 장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5월 19일부터 31일까지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에서 열린다.

싲;ㄴ1 - MCF_2025_PP_D01~07, 종이에 볼펜 드로잉 시리즈
사진2 - 김예지 작가
김도영 기자 jinee71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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