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6·3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모습은 많은 지역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지역 유권자들은 정책과 비전, 지역발전의 청사진보다 특정 정치인의 의중과 계파 논리가 공천 전반을 좌우했다는 의혹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천은 주민의 뜻을 담아내는 민주적 절차여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력 아래 움직이는 권력행사처럼 비춰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분명히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현실 정치 속 국민은 선거철에만 잠시 주인으로 대접받을 뿐, 선거가 끝나면 다시 통치의 대상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웠지만, 정작 민주주의의 본질인 ‘국민이 권력의 주인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지역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지금의 지역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와 세력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는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가장 크게 분노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정치적 동지였던 단체장조차 경선 과정에서 냉정하게 배제됐다는 이야기가 지역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광역의원 공천 과정 또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후배 정치인들과 새로운 인재들이 경쟁의 장에서 공정하게 평가받기보다,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배제됐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새로운 인물을 키우기보다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기초의원 경선 과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컸다. 지역 현장에서 묵묵히 주민 민원을 해결하며 생활정치를 해온 정치인들이 특정 정치인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제외되거나, 감점20% 불리한 조건 속에 경쟁해야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경선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이미 결과가 정해진 형식적 절차처럼 운영됐다고 느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상식적인 정치 행태조차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상식 밖의 행동도 "정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합리화되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배신이나 적대행위로 몰아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은 건강한 정치의 출발점이어야 하지만, 지금의 지역정치에서는 충성과 침묵만 강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특히 지역정치는 주민의 삶을 위한 봉사여야 한다. 지금 지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천 결과 때문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온 평범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준 정치가 어느 순간 주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변질됐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화의 현장과 농민운동의 현장에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 있었다. 눈보라 속 아스팔트 바닥에 종이박스 하나 깔고 앉아, 힘없는 농민과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외쳤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사회의 지역정치인은그 초심을 기억하고 있는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가 아니라 주민 곁에 서는 정치, 계파의 정치가 아니라 상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이제는 특정인을 위한 정치, 특정세력을 위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민을 편 가르기와 반목으로 몰아넣는 정치 역시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시민이다. 지방정치가 다시 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권력을 앞세운 줄 세우기 정치가 아니라, "주민 앞에 겸손한 책임정치인을 선출해야만 상식이 통하는 세상 시민의 주권이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역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권자의 분노는 결국 투표로 말하게 될 것이다.
박우석 기자 1965pp@naver.com






편집 : 2026.06.13 (토) 18:59


